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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담하우스 댓글 0건 조회 3,003회 작성일 2020-11-20 10:59본문
가을이 점점 깊어져만 간다.
어느새 가을의 끝자락을 지나 겨울의 문턱에 들어선 느낌이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마천공원 옆 동산에 오르노라면, 오솔길을 덮고 있는 마른 낙엽을 밟을 때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듣기 좋다.
화려하고 생기 넘치던 단풍나무들도 잎 새를 모두 떨군 채 겨울 채비를 하는 모습이 쓸쓸해 보인다.
산자락에는 손바닥만한 밭뙈기마다 구불구불 돌담으로 경계를 이루었는데, 허물어진 돌담 위로는 말라비틀어진 호박넝쿨이 엉겨 붙어 있다.
퇴색한 고추 대궁이는 희나리를 몇 개 물고 서있고, 이삭 잃은 수숫대는 뻘쭘하니 바람에 흔들린다.
울타리처럼 둘러쳐진 감나무 꼭대기에는 까치밥으로 남겨진 감이 여지껏 달려 있고, 밭이랑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배추 밑둥치는 서글픔마저 자아낸다.
그래서인지 어느 시인의 말마따나 늦가을의 풍경은 늘 정겹고 쓸쓸하다.
그 가을이 머물다가 떠난 자리에는 새로운 계절이 찾아오듯이, 자연의 섭리에 따라 사람의 인연도 바꿈이 이루어진다.
우리 도담 접견실에 걸린 사진 속 아기들도 세월의 손바꿈을 하게 되니 말이다.
지난 한 해 동안 내게 웃음과 기쁨을 듬뿍 안겨준 아기 곰 세 녀석이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나고, 그 자리에는 새로운 아기 곰들의 사진이 걸렸다.
내게는 원장으로써 처음 맞이한 녀석들이어서인지는 몰라도 사진속의 아기 곰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힌다.
그러나 이제 새로 걸린 사진속 아기 곰들의 재롱에 내 마음은 한없이 녹아 날것이다.
나는 다시 녀석들의 통통한 볼 살에 뽀뽀하고 싶어 어미 눈치를 볼 것이고, 녀석과 눈을 맞추노라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을 짓게 될 것이다.
<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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