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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담하우스 댓글 0건 조회 3,426회 작성일 2019-11-08 15:10본문
모름지기 김장을 담그는 일은 통배추와 무를 비닐자리에 쌓아두고 부엌칼로 다듬고 쪼개어 커다란 함지박에 넣고 굵은 소금을 뿌려 하룻밤을 재운 다음날 시작된다. 가족만으로는 일손이 부족해서 이웃들의 품앗이로 양념장을 만들고 배추 속을 채운 뒤 김장을 담그게 되는데, 마무리는 으레 김장 겉절이와 돼지고기 수육으로 피로연을 치르곤 했다. 물론 어머니가 살아계시는 동안의 우리 집 김장을 담그는 날 풍경이지만 말이다.
매년 11월초에는 서울광장에서 김장문화축제가 열린다. 우리나라 고유의 김장문화 우수성을 세계에 알린다는 취지라는데, 이때 담가진 김장을 광역 푸드뱅크를 통해 각 복지시설에 나눠주곤 한다. 금년에는 우리 시설에도 60kg이 배분되었는데, 시설을 운영하는 입장에서는 한 시름 놓을 수 있는 커다란 후원 물품중의 하나이다. 그도 그럴 것이 정부보조금으로 지원하는 생활인 1인당 하루 생계비는 8,312원으로 제대로 된 한 끼 식사 값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고, 김장비로 1인당 연간15,000원을 지원을 받기는 하나 턱없이 부족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나머지 식사비와 부식비 등은 후원에 의지 할 수밖에 없기에, 대개 김장김치나 쌀 등은 후원을 받아 사용하고 있다.
요즘 젊은 세대는 김치 없이도 밥을 잘 들 먹더라만, 나는 밥상위에 김치가 없으면 무엇인가 허전한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세대인가 보다. 시골 집 뒤꼍에 구덩이를 파고 김장독을 묻던 세대 말이다. 새삼 늙으신 어머니의 진두지휘아래 온 가족이 모여앉아 도란도란 정겨운 이야기꽃을 피우며 김장 담그던 날이 그리워진다. 지금은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있다 손치더라도 어머니 손 맛 만하랴 싶다.
아무튼 겨우살이의 필수 저장식품으로 김장김치를 후원받아 쌓아 둘 수 있어서 공연히 배부른 듯 든든한 기분이 든다. 그리고 김장김치를 담그고 보내준 그 고마운 손길에도 감사의 마음을 전하게 된다.
<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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