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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육미의 맛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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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담하우스 댓글 0건 조회 3,326회 작성일 2019-11-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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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외출을 마치고 사무실로 들어오는데, 횡단보도를 건너 상가건물 틈새에 자리 잡은 붕어빵 장수가 눈에 들어 왔다. 진작부터 그 자리에 있었을 터였지만, 늘 무심코 지나다니다가 오늘은 유난히 눈에 띠었던 것이다. 아마도 추운 날씨에 기술학원에 다니는 어린 생활인들이 언뜻 생각이 났던 모양이다. 따뜻한 방안에서 빈둥거리며 지낼 수도 있었겠지만, 나름 자립의 꿈을 키우겠다고 이 추운날씨에 학원 수업을 마치고 돌아 올 생활인들을 생각하니, 대견하기도 하고 기특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문득 따끈한 붕어빵을 사다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대학 새내기시절 첫 미팅에서 만난 여학생이랑 데이트 하던 이맘때가 생각난다. 쌀쌀한 저녁 무렵, 우연히 길거리에서 붕어빵을 사서 먹게 되었는데, 그때 내가 붕어빵의 머리 부분부터 먹는 걸 보던 그녀가 어두육미라고 머리 부분이 더 맛있죠? 라고 재치 있게 우스갯소리를 해서 한 참을 깔깔거린 기억이 있다. 그런데 붕어빵을 꼬리부분부터 먹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싶다마는.

 

건강에 안 좋은 길거리 음식이라고, 밀가루 음식이라고 애써 외면하던 터였지만, 따끈한 붕어빵을 모처럼 먹어 보니, 입안에 감도는 달큼한 팥소와 바삭거리는 풀빵 맛이 살아 있었다. 요즈음은 붕어빵도 진화를 해서 팥소와 크림소로 나눠지는데, 모두 한자리에 모여 골라 먹다보면, 나는 어쩔 수 없는 단팥빵 세대임이 드러나 피식 웃음이 났다. 그러고 보면 우리 시설의 아기들은 하나같이 엄마를 붕어빵처럼 닮았다. 하긴 아기 아빠를 내가 본적이 없으니 확증편향이 생길만도 하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추운 날씨에도 무엇인가를 배워보겠다고 학원으로 나선 생활인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뜬금없이 어두육미(魚頭肉尾)의 맛을 생각나게 하는 붕어빵 파티 벌였다.

<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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