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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을 이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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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담하우스 댓글 0건 조회 3,290회 작성일 2020-03-3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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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사태가 장기화 되어 감에 따라, 우리 시설은 다양한 실내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원장님을 이겨라!’ 라는 것인데 게임에서 원장을 이기면 소정의 상품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나는 생활인들과의 게임에서는 일부러 져주지 않는다. 아니 져줄 수가 없다. 성인들이라 금방 눈치 챌 수도 있겠지만, 내 실력 자체가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생활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머리를 써서 하는 보드게임’(장기두기, 오목두기 등)은 절대 하지 않겠단다. 단순히 복불복 게임이거나 여성에게 유리한 게임으로 한정하자고 우기는 거다. 어쨌든 원장을 이겨먹어야 보상(상금)이 따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몰래 실전 연습도 한다는 말에 피식 웃음이 났다.

 

나는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심리상담사 자격을 취득 하고나서, 매주1회 상담봉사를 하고 있다. 지금의 내담자는 초등학교 3학년생(10)인데, 본 상담이 조금 일찍 끝나면 또 다른 과정으로 함께 놀이를 한다. 여러 가지 보드게임을 하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나무 바둑판위에서 바둑알이나 장기알을 놓고 알까기 게임을 한다. 그런데 나는 알까기 놀이에서 녀석보다는 고수라서, 눈치 채지 못하게 이겼다가 져주었다가 하며 게임을 쥐락펴락할 수 있다. 대부분은 비기거나 져주는데, 녀석은 신이 나서 벌칙을 받으라며 뿅 망치를 들고 설쳐댄다. 으이구 하수 같은 녀석이라니.... 부처님 손바닥 안에서 놀고 있는 줄도 모르고... 그래도 마냥 사랑스럽기만 하다.

 

지난번 생활인들과의 알까기 게임에서는 1명 이외에는 다 이겼다(일부러 져 준 게 아니다). 그런데 이번 공기놀이는 여러모로 불리했다. 남 몰래 공기 돌을 가지고 연습을 하며 벼른 생활인들과 유년시절 누이들 어깨너머로 공기놀이 눈동냥을 한 게 전부인 나와의 실력차이는 싱거울 정도로 완패였다. 은근히 승부욕이 강한 나는 연습이라도 좀 해둘 껄 하는 아쉬움이 있었지만, 그런다고 크게 달라질 것 같지는 않다. 공기놀이나 고무줄놀이는 유년시절 여자애들(?) 전용 놀이 아닐까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말이다. 한편으로는 생활인들이 원장을 골려 먹는 재미를 누리게 해 줄 심산이었다.

 

그래도 게임은 실력이 비등해야 재미있을 것인데, 앞으로 예정된 딱지치기, 장난감 볼링, 투호 등에서 막상막하의 경기가 되도록 하려면 어찌해야할까? 이럴 때는 자주 듣는 범생이라는 타이틀 보다는 잡기(雜技)에 능한 놀아 본 애라는 타이틀이 더 부럽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어 쿡 하고 웃음이 났다. 어쨌거나 코로나19 때문에 어린 시절 놀이를 다 소환하다니... 마음마저 유치해 지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뭐 그게 마냥 나쁘달 것도 없지만 말이다.   <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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