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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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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가 작아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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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담하우스 댓글 0건 조회 2,997회 작성일 2019-07-23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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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는 참 좋은 분들이 많다. 집에서 사용하던 물품 중에 버리기 아까운 것을 후원해 주겠다고 문의 전화를 한다. 개중에는 유통기한이 얼마 남지 않은 식품류를 가져와서 곤혹스러운 적도 있지만, 암튼 이웃과 나누고자 하는 그 뜻만은 늘 고맙게 생각한다. 사실 시설의 생활인들에게는 유통기한이 살짝 넘어간 우유나 빵 등을 제공할 수 가 없다. 아니 하루 이틀정도만의 기한이 남았을 때도 왠지 꺼려지게 마련이다. 그럼 그런 식품은 어떻게 처리할까? 남은 음식 버리는 걸 무척 싫어하는 성격인지라, 어지간한 유통기한을 넘긴 식품은 못 본 체하고 내가 먹는다. 때에 따라서는 동료 종사자들이 같이 먹기도 하지만 말이다.

   아기 옷 같은 중고의류도 처리가 곤란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유명 상표이거나 한 두 번 밖에 사용하지 않는 중고 물품일지라도 예민한 젊은 엄마들에게 권하기가 쉽질 않다. 나 역시 집에서 한 두 번 밖에 입질 않은 유행 지난 옷이거나, 세탁을 해 놓고도 선호도에 밀려 장롱 속에서 장기간 묵혀있던 옷들을 꺼내 의류 수거함에 넣을 때마다 그런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는 요긴하게 쓸 수도 있을 텐데, 재활용으로 버리긴 너무 아깝다고 말이다. 한 때는 요원의 불길처럼 타오르던 아나바다’(아껴쓰고 나눠쓰고 바꿔쓰고 다시쓰자) 운동이나 녹색가게(Green Market) 운동이 지금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가끔 벼룩시장에 들고 나가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 번거로움에 이내 생각을 접고 만다.

   우리 시설의 창고는 3평정도의 규모 밖에 되질 않는다. 그래서 후원물품을 모두 수용하긴 곤란하다. 가급적 장기보관이 가능한 생활 소모품 중심으로 쌓아 둔다. 예를들면, 기저귀나 분유 등과 같이 꾸준히 소모되는 생필품 말이다. 영아들을 위한 속옷싸개나 산모 패드, 물 티슈 등이 주요 창고 물품 목록이다.

   생활 미혼모들의 선호도가 낮은 중고 물품을 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가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배부른 소리 아니냐고. 하지만, 아주 가까운 가족이나 지인에게서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갓 난 자식에게 헌옷이거나 중고장난감을 받아 물려주기는 쉽지 않으리라. 그런저런 이유로 종사자들은 우리 원장은 현금을 좋아해요라는 농담을 한다. 현금이 편리하다. 생활인들 스스로 원하는 물품을 인터넷 쇼핑을 통해 최저가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본인이 직접 구매했으므로 만족도는 최고이다.

   어쨌거나 선의로 중고 물품을 후원 해주려는 많은 분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릴 수 밖에 없다. 이런저런 물품을 받아서 창고에 쌓아둘 공간이 없다. 그래서 조심스럽게 물품후원자들에게 어떤 물품인지 여쭤보는 결례를 범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머리 숙여 사죄드리는 수밖에... ‘창고가 작아서 죄송합니다.’ 라고...   <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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