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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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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해줄게 없어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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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담하우스 댓글 0건 조회 3,045회 작성일 2019-07-23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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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장으로 부임한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은 어느 날 퇴근 무렵, 내게 있어서는 첫 퇴소자인 20대 초반의 젊은 미혼모가 인사를 하러 왔다. 우리 시설에 들어와 아기를 분만하고 입양을 보낸 후, 몸조리가 끝나자 퇴소를 한다는 것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퇴소자 들은 가족들이 찾아와 함께 시설을 나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입소할 때처럼 개인 소지품도 별반 없이 혼자서 떠나간다. 그 이유가 원 가족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은 탓인지, 아니면 연락 할 가족이 없는지는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담담하고 수척해 보이기까지 한 그 모습에 무척 당황했다. 무언가라도 해야만 할 것 같은데, 차비라도 손에 쥐어져야 할 것 같은데, 아무것도 준비 된 것이 없었다. 난감해진 나는 그냥 어깨를 부여잡고 토닥거리며 건강하게 잘 살아라고 말을 할 뿐이었다. 그 떠나가는 모습이 너무나 애잔해 보였다. 몇 달 동안 집에 머물며 요양하다 다시 대처로 나가는 딸에게 아무것도 쥐여 보낼 수 없는 아비의 심정이 이런 걸까? 나는 그 미혼모를 떠나보낸 이후, 아무것도 해 줄 수 없었던 나 자신에 대해 깊은 자괴감에 빠졌었다.

   그래서 나는 결심했다. 내가 후원처를 발굴해서라도 퇴소하는 미혼모들에게만큼은 차비라도 마련해 주자고 말이다. 그래서 시설 운영위원회나 후원자들에게 호소하고 다닌 결과, 이제는 아주 작은 액수이지만 전별금이랍시고 퇴소 인들에게 전달해 줄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공식적인 하나의 프로그램 행사로, 병원에서 분만한 후 시설로 아이를 안고 오는 산모에게 출산 축하선물을 준다. 또한 퇴소하는 생활인에게는 퇴소 선물을 전해주고 있다. 양육하는 아기가 백일이거나 돌이 되었을 때, 생활인, 종사자, 운영위원 등 도담하우스 관계자 모두가 참여하는 축하잔치를 벌여준다.

   아직도 충분하지는 않다. 여전히 부족한 게 많고, 해주고 싶은 게 너무 많지만 그러질 못해 미안할 뿐이다. 하지만 마음만은 잊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도담하우스를 떠나 어디에서 살고 있든 늘 친정을 찾아오듯 편안한 마음으로 찾아오길 기대하고 있다. 언제나 마음만큼은 부자인 채로 말이다.   <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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