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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담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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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자의 손길을 느낄 때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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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담하우스 댓글 0건 조회 2,967회 작성일 2019-07-23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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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담하우스에는 정기적으로 자원봉사 활동하러 오는 모임들이 있다. 한 달에 두어 차례이지만 시설로서는 매우 귀한 손길이다. 강남차병원 직원봉사 모임인 차누리 봉사단과 믿음의 엄마들 모임이라는 위아 마더스가 대표적이다. 우리 시설이 여성들만 사는 집이다보니 간단한 집수리 봉사나 환경미화의 노력봉사 등이지만, 그 봉사자들이 지나간 자리는 언제나 가지런히 정리정돈 되어 있고 반짝반짝 빛이 난다. 그래서 매번 기다려지고, 그 분들이 으레 도와주실줄 알고 일거리를 미뤄두는 웃지 못 할 촌극도 벌어진다. 아무튼 종사자들 모두가 고마운 마음은 늘 간직한다고 하면서도, 때로는 시원한 차도 한잔 권하지 못하고 보낼 때가 있어 늘 송구한 마음이 든다.

   나 역시 사회복지를 공부하면서 자원봉사 활동을 한 경험이 여러 번 있다. 비록 단발성 봉사에 그치긴 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봉사가 두어 개가 있다. 첫 번째로는, 서울 근교에 있는 중증장애아동이 생활하는 시설로, 직장 직원들을 부추겨 함께 봉사활동을 갔었다. 나는 그 시설에 두 번째 찾아가는 봉사활동이었지만, 아마도 다른 직원들은 대부분 처음이었는데, 서로 말은 안했어도 봉사활동 내내 깊은 인상을 받았으리라 믿는다. 그곳은 멀쩡하게 서서 다니는 아이는 하나도 없고, 기어 다니거나 휠체어를 탄 아이들뿐이었다. 봉사활동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인지 주어진 4시간 내내 방청소하기, 아이 밥 떠먹여 주기, 양치질시키기, 산책시키고 취침 도와주기 등 쉴 틈 없이 일을 해야만 했었다. 방마다 대여섯 명이 기거하고 있었는데, 사회복지사와 봉사자가 짝이 되어 배치되었던 것이다. 봉사를 마치고 나서 휴식시간에 한 단발머리 여중생과 마주치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매주 찾아와 봉사하는 학생이란 말을 듣고 많이 부끄러웠다. 천진난만해 보이는 그 소녀가 갑자기 위대해 보이기까지 했었다. 또 한 번은 장애인 목욕봉사를 갔을 때이다. 무더운 여름철에 탑차(택배차량처럼 화물칸을 개조한 짐차)에 목욕시설(베드, 샤워기 등)을 갖추고 저소득층 지역(산동네 골목)을 순회하면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정기적인 목욕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들것이나 휠체어에 실려 온 장애인들을 목욕 시트에 옮겨 놓고 21조로 목욕을 시키는 봉사인데, 찜통 속 같은 탑차 속에 갇혀서(길가는 사람이 볼 수 없도록 문을 닫고 일함) 비닐 앞치마를 두르고 목욕을 시킨다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온 몸은 흠뻑 땀에 젖었고, 제대로 몸 가눔이나 의사소통도 안 되는 성인 장애인들을 벗기고 몸을 씻긴다는 게 처음에는 엄두가 나질 않았다. 어린 내 자식도 목욕시키기 어려운데, 하물며 전혀 모르는 성인 남자의 살을 만진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랴. 하지만 나의 짝꿍인 젊은 청년은 능숙하게 샤워기 물의 온도를 맞춰 뿌리며 비누칠을 시작하였다.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물끄러미 물만 뿌려대던 내가 갑자기 부끄러워졌다. 에라 모르겠다 싶어 달려들어 거들었다. 비 오듯 쏟아지는 땀에다 한증막처럼 피어나는 더운 물 기운으로 인해 온몸은 땀과 비눗물의 범벅이었다. 연이어 2명의 목욕서비스를 다 마치고 났을 때, 오늘 오후 봉사는 이것으로 끝이란다. 하긴 기운이 빠져 더 하려고 해도 할 수도 없었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청년이 수고 많았단다. 이제껏 함께 해왔던 다른 봉사자들보다 더 열심히 일했다고 칭찬을 다 한다. 알고 보니 그 청년은 군 입대를 앞두고 있었는데, 군에 가기 전 작정을 하고 거의 매일 같이 목욕 봉사에 참여한다고 한다. 참 훌륭한 청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다 하루 목욕봉사를 하며 힘들어 하는 내가 다 부끄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청년이었다.

   봉사 활동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남아서 하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너무 많아 빈둥거릴지라도 봉사활동 하기로 마음먹기는 쉽질 않다. 오히려 바쁜 일상 속에서 어렵게 시간을 쪼개어 활동하시는 분들이 훨씬 더 많다. 봉사활동은 의욕만 갖고 되는 것도 아니다. 앞서 예를 들었듯이 단발머리 여중생이나 군 입대를 앞둔 청년처럼 마음 씀씀이 자체가 여느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런 고운 심성은 타고 나는 걸까? 아니면 신앙적인 숭고한 사명감 때문일까?

   사회복지사의 신조가 뜨거운 가슴과 차가운 머리라고들 한다. 남을 돕고자하는 뜨거운 열정을 가슴에 품고 있어야 하지만, 현실을 바라보고 대처하는 냉철한 이성 또한 겸비해야한다는 말일 게다. 정작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회복지를 실천한다고 하면서도 뜨거운 가슴은 고사하고 현실적 이성만 앞세우는 내게 있어서는 절반의 복지사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도담하우스에 봉사활동을 오시는 분들을 뵐 때마다, 감히 따라하지 못할 부끄러움에 더 숙연해 지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자원봉사자들이 늘 존경스럽다.     <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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