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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울음소리가 음악처럼 들리다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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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담하우스 댓글 0건 조회 2,840회 작성일 2019-09-0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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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심 식사를 마친 후 아기 울음소리에 이끌려 양육 방에 들렀다. 아기 엄마들은 산책을 나가고 아이돌보미 두 분이서 아이를 돌보고 계셨는데, 그 중 한 녀석을 목욕시키는 과정에서 울음이 터진 것이었다. 아직 말을 못하는 영아들은 모든 의사표현을 울음으로 나타내는 것 같다. ‘나 배고프다’. ‘나 쉬했다’, ‘나 좀 봐라등등. 그런 아기 울음소리는 사람 사는 집이라는 생동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우리 시설은 아기들의 울음소리로 늘 시끌벅적하다. 그래서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양육 방에서는 원장이라고 해서 함부로 아기를 안아 볼 수가 없다. 아이돌보미 선생님의 말에 따라 손을 깨끗이 씻고, 고개가 젖혀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안아야 한다. 물론 아무리 귀엽고 예쁘다 해도 뽀뽀는 금물이다. 다행히 담배를 피우지 않는 나는 특혜를 입어 발가락 뽀뽀까지는 허용해 주겠단다. 꼬무락거리는 앙증맞은 발가락을 보노라니, 뜬금없이 만화영화 개구리 왕눈이발가락을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의 발가락이 이렇게 예쁠 수가 있을까? 늘 양말 속에 감춰진 일그러진 내 발을 생각하면 새삼 경이로움마저 느끼게 된다.

 

   요즈음 우리 시설에는 아기 곰이 넷이나 된다. 한 녀석은 목욕하느라 목청껏 응애 거리고 있고, 또 다른 녀석은 우유를 먹는 중이다. 아예 세상모르고 잠이 든 녀석도 있다. 흔들침대에 누워 나풀대는 나비 모빌에 눈길을 주던 아기 곰 녀석을 조심스레 들어 올려 내 품에 안았다. 찰싹 감겨오는 느낌이 기분 좋다. 그 통통한 볼 살과 나를 쳐다보는 듯한 까만 눈동자가 마냥 귀엽다. 녀석은 배냇저고리로 스며든 따뜻한 체온과 함께 비누냄새 섞인 살 냄새를 폴폴 풍긴다. 내 가슴에 기댄 묵직한 아기 곰 녀석은 눈꺼풀을 까무룩 거리며 졸린 기색이 역력하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겠지만, 아기들은 혼자 놀리기보다 자주 양육자의 품에 안아 기르는 것이 애착 형성과 정서발달에 도움을 준다고들 한다. 나는 아기 곰을 꼭 안고 서성거리며 자장가를 불러 줬다. 자장가라기보다는 나지막이 혼잣말로 하는 모노드라마이다. “너 옆에 누워있던 재 아기 곰 좋아하지?”, “, 그렇다 구요?” 등등 아기의 옹알이를 긍정의 대답이라고 멋대로 해석하곤 슬며시 웃는다. 아마도 아기 곰은 이 양반이 지금 옹알이하고 있나?’라고 생각할 테지만 말이다.


   어느새 살포시 잠든 아기 곰의 그 평온한 모습은 몰래 훔쳐가고 싶을 만큼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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