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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명절, 그 쓸쓸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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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담하우스 댓글 0건 조회 3,449회 작성일 2019-09-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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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석 명절이 쓸쓸하다니? 세시풍속 언어처럼 모두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하며 계절의 풍요로움을 노래하고 있는데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고향을 찾아 또는 원 가정의 품으로 떠나고 난 뒤에, 시설에 오롯이 남은 생활인들에게는 명절이 쓸쓸함그 자체일 것이다. 올 추석에는 찾아오는 이도 없고 찾아 갈 곳도 없는 생활인이 네 명이나 된다. 마치 이방인처럼 명절날 겉돌기는 나의 신세와 진배없다. 나 역시 부모님이 다 돌아가신 탓에 찾아 갈 곳도 없고, 외아들인 탓에 찾아오는 형제들도 없으니 말이다

 

추석이면 훤한 보름달을 조명삼아 방앗간 너른 마당에는 동네 청년회 주관으로 콩쿠르가 열렸었다. 방앗간에서 사용하던 빈 드럼통을 발판 삼아 친구네 집 나무 대문을 바닥으로 깔고, 사방으로 네 기둥을 세워 광목을 두른 가설 무대였다. 동네 사람들이 무대 앞에 옹기종기 앉거니 서거니 하면서, 뉘 집 자식들의 노래 품평회가 열리던 흥겨운 한가위 축제였던 것이다. 이제는 모두 사라지고 없다. 동네가 떠나갈 듯 발동기가 씩씩거리던 방앗간도 사라지고, 무시로 동네사람들이 모여들던 너른 마당도 없어졌다. 이제 명절이면 사람들은 집집이 TV 앞에서 넉 놓고 있거나, 스마트 폰에 고개를 처박고 있을 뿐이다.

그리하여 추석은 유소년시절의 추억으로만 남아 있을 뿐, 그 쓸쓸함은 고향을 떠나온 자의 노래처럼 익숙해진지 오래이다. 살아 온 날 중 서울살이가 훨씬 더 길고 몸에 배어, 명절날이면 아무렇지도 않게 극장가나 기웃거리는 신세가 되고 만다. 이따금 어느 시인의 향수를 읊조리며 마음을 달랠 뿐이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우리 시설을 방문해 추석맞이 선물을 전해주어, 생활인들에게는 풍성하고 정겨운 시간이 되었다. 시설 자체적으로도 아기들 추석빔을 선물하거나 추석 상을 차려 함께 음식을 나누었다. 특히 올 추석에는 해양환경공단이나 송파경찰서, 송파구약사회에서 과일과 금일봉을 전해주셨다. ‘박은아님은 갈비세트와 산모에게 좋은 차()선물을 보내주셨다. 이토록 이웃사랑의 나눔을 실천하는 분들이 계셔서, 아직은 추석 명절의 그 쓸쓸함을 이겨낼 만큼 살 맛 나는 세상인 것 같다. ‘버릴수록 채워지고 베풀수록 더 많은 것이 돌아온다.’라는 노자(老子)의 말처럼, 이런 훌륭한 분들에게 늘 부족함이 없는 화수분의 축복이 있으리라 믿는다.

<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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