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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밥말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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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담하우스 댓글 0건 조회 3,045회 작성일 2020-03-13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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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어귀에 있는 재래시장 골목의 끝머리쯤에 김밥집이 있었다. 서너 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 사각 테이블 하나와 선술집 탁자처럼 벽으로 길게 덧댄 나무 테이블이 전부였다. 비록 허름한 간이음식점이기는 하나 김밥만큼은 맛이 있어 등산갈 때나 도서관에 갈 때 단골로 들리는 집이었다. 얼마 전 그 김밥집이 시장골목에서 사라진 후로는 늘 아쉬움으로 남았다.

김밥은 소에 넣는 식재료에 따라 참치김밥, 치즈김밥, 야채김밥 등 다양한 이름이 붙는다. 물론 나는 야채김밥이 고유의 김밥 맛이라고 여기는 사람이지만, 김밥 소에 우엉이 포함되어 있는지, 여섯 가지 이상의 재료가 들어 있는지 고집스레 세어보곤 한다.

 

최근 유행하고 있는 코로나19 감염 병으로 인해 우리 시설 생활인들의 외출외박은 물론, 내방객들의 출입도 자제되고 있다. 몇 주째 시설에서만 다람쥐 쳇바퀴 돌 듯 생활을 하다 보니 생활인들은 지루하고 답답함을 많이 호소한다. 그 갑갑함을 달래고자 여러 새로운 프로그램을 마련하였는데, 그 중에 만두, 피자, 김밥 등 간편식 만들기는 생활인들의 호응이 좋았다.

지난주의 김밥 만들기 풍경을 말하자면, 먼저 김밥 소를 만들기 위해 생활인들 스스로 역할을 나눠 오뎅이나 계란 지짐을 하고, 도마 위에 시금치나 우엉 등을 얹어놓고 채썰기도 하였다. 마치 잔칫집 음식 장만하는 양, 한데 모여 웃고 떠드느라고 왁자지껄하였다. 처음 김밥을 만든다며 신기해하는 친구도 있었고, 쟁반에 담아 내놓을 수 없는 옆구리 터진 김밥은 반나마 만든 이의 입속에 들어가게 마련이었다. 대부분의 생활인들이 김밥을 만들면서 과하게 시식을 한 탓에, 정작 식사시간에는 많이 먹지 못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모름지기 음식이란 본인이 직접 만든 음식이 제일 맛있는 것 같다. 음식 타박을 할 수도 없고 뿌듯한 성취감은 덤으로 느끼는 맛이니 말이다. 햄버거나 샌드위치 등의 패스트푸드에 입맛이 길들여진 세대일터지만, 오늘만큼은 김밥을 모두가 즐겁고 맛있게 먹었다.

이와 같은 김밥 만들기 프로그램이 단순히 김밥을 만들어 한 끼의 식사를 대신하고자 의도하지는 않았다. 본질은 생활인들이 오순도순 둘러앉아 김밥을 말며 웃고 떠드는 여느 가정처럼 화목한 분위기를 만들어 가는 것이었다. 우리 시설의 슬로건처럼 언제나 웃음꽃 피는 행복한 집을 만들어가는 모습 말이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란 말이 있듯이, 나는 늘 화목한 가정을 꿈꾼다. 그것이 우리 도담하우스에서 가장 우선시 되는 생활 속의 가치이기도 하다. <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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