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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저귀 가방을 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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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담하우스 댓글 0건 조회 3,304회 작성일 2020-05-20 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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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대공원 놀이동산 한켠으로 유모차를 밀며 기저귀 가방을 멘 남자를 보았다. 초여름의 땡볕을 피해 그늘진 곳에서 서성이며, 놀이기구를 타러간 애 엄마를 기다리는 모양새가 영락없는 초보 육아남의 티가 난다. 그 남자가 살아 온 시간 속으로 거슬러 올라가노라면, 아주 오래된 기억 속에 성남 희망대공원 비탈길에 있던 작은 놀이공원이 오버랩(overlap) 된다. 동전 두어 개를 넣으면 요란한 멜로디 소리를 내며 위 아래로 끄덕이는 앉은뱅이 목마나 모형자동차, 곰이나 호랑이 또는 태권브이 로봇 형상의 탈것들로 서너 살배기 아이들은 연신 옮겨 타며 신나게 놀던 모습이 떠오른다. 그 남자가 사는 이유를 가장 진하게 느끼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싶다

 

지난주에 뒤 늦게 어린이 날나들이 행사랍시고 외출이 가능한 생활인과 아기들을 데리고 어린이 대공원에 다녀왔다. 마침 퇴소한 생활인 아기도 함께 참여하여 세 가족이 나들이를 하게 되었는데, 각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밀고 끌며 동물원이랑 놀이공원을 들렸던 것이다. 동물원에는 사자, 호랑이, 코끼리, 원숭이 등 동화책에 등장하는 대표적인 동물들만 모아놓은 느낌이었다. 대부분 야행성 동물인지라 구경꾼들에게는 졸거나 잠자는 모습만 보여 실망스럽긴 했지만, 마찬가지로 나들이 주인공인 우리 새싹들도 유모차 안에서 새근거리며 잠이 들어 봄 나들이를 즐기지는 못했지만, 대신 신바람 난 사람들은 정작 아기가 아닌 생활인 엄마들이었다.

 

나는 기저귀 가방을 메고 유모차를 밀며 아기 엄마들이 가는 길마다 졸졸 따라 다녔다. 동물원에 이어 놀이공원에서는 패키지 티켓으로 끊어 5가지 기구를 기어코 다 타볼 때까지 아기 엄마들을 기다려야만 했다. 미니 바이킹, 드롭타워, 회전목마, 하늘열차, 후룸라이더 등 이름만 들어도 어지러운 놀이기구를 꺅- 소리를 질러가며 타는 모습을 보니 청소년 엄마들임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사실 우리 집 아기들은 첫 돌도 지나지 않은 영아들인지라 어린이로 대접하기엔 아직 이르지만, 그간 코로나19로 인해 집 밖 출입이 어려웠던 청소년 아기엄마들에게 양육 스트레스를 풀어주기 위한 나들이의 목적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게 뒤 늦게 시작한 어린이날 행사에, 대개의 초보 아빠들이 겪는 바깥나들이 가족봉사를 제대로 실천한 힘겨운 하루였다.

<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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