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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미혼모로 살아가기'는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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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도담하우스 댓글 0건 조회 2,841회 작성일 2019-07-23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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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혼모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이 땅에서 미혼모로 살아가기(최승희 저, 양서원)란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저자는 서두에 미혼모는 누구인가? 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결혼을 하지 않은 엄마(未婚母)’가 아니라 아름다운 영혼을 가진 엄마(美魂母)’라고 적고 있다. 또한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생기게 된 이유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가 결혼이라는 사회적 계약을 중시하고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려는 경향이 강해서, 결혼의 기준선을 통과하지 않은 임신, 출산 등이 영 못마땅하기 때문이라고도 한다. 그러기에 우리사회에서 미혼모로 불린다는 것, 미혼모로 살아가는 것은 보이지 않은 주홍글씨를 새기고 살아가는 것과 같다고 한다.

   또한 이 책은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독자들에게 현실적으로 이해시키기 위해, 시대별 영화 속의 미혼모를 소개하고 있다. 2000년대 이전의 영화 <미워도 다시한번>, < 아빠 안녕> 등에서는 가족 중에 미혼모가 있다는 것이 드러낼 수 없는 가족의 비밀이었고, 미혼모들은 스스로 혹은 원가족들의 거부와 냉대로 딱히 갈 곳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남성의 거짓과 배신에도 여전히 남성에게 헌신적이고 남성을 위해 자신이 숨어 지내며, 홀로 아이를 키우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0년 이후의 영화 속 미혼모들은 <과속스캔들>, <시선1318>에서 보듯이, 지금까지 소외당하며 음지에서 숨던 미혼모가 조금씩 세상과 당당하게 마주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미혼모가 될 수밖에 없었던 자신의 운명을 탓하고 비관하며 살 수도 있었지만, 자신의 고단한 삶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생에 대해 한 발 내딛음을 표현하고 있다고 했다.

   미혼모도 하고 싶은 것이 많다. 미혼모도 꿈 많은 10대이고 아름답고 설레는 사랑을 다시 꿈꾸는 20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하고 싶은 것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학업은 중단해야 하고, 직장을 그만 두어야 한다. 그리고 미혼모는 있는데 미혼부는 없다. 그들은 임신 사실을 안 순간 전화번호를 바꾸고 잠적한다. 자녀의 존재를 부인하고 책임을 지고 싶어 하지 않는 아빠. 이것이 이 시대, 우리나라의 미혼부들의 현 주소이다. 그래서 미혼모들은 이중 삼중으로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미혼모를 바라보는 냉소적인 시선과 사회적 편견을 생활 속 곳곳에서 감내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미혼모가 아이를 출산하게 되는 큰 이유 중의 하나가 낙태시기를 놓쳐서라고 하지만 그 이면에는 첫 아이의 태동, 초음파를 통해 들리는 아이의 심장소리를 듣고, 고민하고 갈등하다가 결국 아이를 지울 수 없어 낳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그러나 사회적 차별과 냉대를 감수하고, 자신의 인생을 걸고 아이의 생명을 지킨 미혼모가 그 대가로 얻게 되는 것은 거의 없다. 우리는 그들의 용감한 선택에, 아이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포기한 많은 것들을 다시 찾아 이루도록 해야 한다. 아이와 함께든 혹은 아이를 입양으로 보내든 미혼모가 세상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 주어야 한다.

   도담하우스는 위기 임신 미혼모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출산하고 양육하도록 돕는 시설이다. 자칫 잃어버릴 수도 있는 소중한 생명을 보듬고 지키는 곳이다. 그러기에 이 순간 예기치 않은 임신으로 고민하고 갈등하는 미혼모들에게 따뜻하게 손을 잡아 줄 도담하우스가 가까이에 있음을 알려주고 싶다. 우리 시설을 찾는 미혼모들에게 언제나 포근하고 안락한 둥지로서, 웃음꽃이 피어나는 행복한 집이 되고자 한다. 그리고 퇴소하더라도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오는 친정 같은 곳이 되고자 한다. <소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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